행동은 경제성이나 효율을 따져보고 결정할 때가 많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거나,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뻔히 보이는 지름길이 있는데도 굳이 험한 지형을 통과할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른바 합리적 선택이라는 결정을 따른다.
더 비효율적이고 힘들고 어설픈 행동을 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이지만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경로의존성을 설명할 때 무관해 보이는 두 행동이 갑자기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우주왕복선의 로켓 부스터의 크기와 무게등을 결정지은 것은 말의 엉덩이다.
로마시대 전차의 폭은 말 두 마리 엉덩이에 맞춰졌다. 이후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철도가 놓이면서 철도의 표준궤는 가장 익숙한 폭인 말 두마리의 엉덩이 사이즈가 된다. 로켓을 만들고 운송하는 것은 철도를 이용해야 했고, 이는 곳 철로에 실어나를 수 있는 크기와 무게를 결정지은 셈이다. 우주로 향하는 추진체의 설계에 영향을 주는 말의 엉덩이는 그 외에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
우주왕복선을 만들면서 최선의 선택이었을테니 누구를 탓하거나 조롱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경로의존은 효율을 가로막거나 더 큰 세계로의 진입에 발목을 잡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QWERTY자판이 있다. 수동식 타자기에서 자판을 두들기면 잉크리본을 향해 알파벳 활자막대가 타격하는 방식이다보니 엉키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를 막기위해 단어의 특성을 고려해 가장 엉킴이 적은 배열을 선택했다. 이후 훨씬 더 효율적인 자판이 고안되고 수동타자기가 사라졌음에도 QWERTY는 여전하다. 활자막대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까지 영향을 미친사례다.
한번 정해진 경로가 굳어지면 어떤 불편도 익숙하게 감수하면서 변호하는 사람도 많아진다. 어떤 상황에서는 불편을 문턱으로 삼아 더 힘든 경험을 강요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까운 예로 공인인증서(공동인증서 따위로 다양화 했다지만 여전히 인증방식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제기된다)나 보안을 이유로 하는 각종 설치 파일에 대한 조롱은 끝없이 나오는데도 여전히 공공연히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공기관의 HWP사용이라고 본다. 범용성에서도 개선된것은 사실이다. xml의 개방형포맷을 적용하면서 부터 프리뷰(초기에는 맨 앞장만 열리는 듯 하더니 요샌 전체 문서를 다 볼 수 있더라)도 가능하고, 일부를 제외하고 웹브라우저에서도 볼 수 있다. AI가 학습하는 것에도 방해가 된다고 하니 펙트체크 하는 기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xml기반으로 hwpx를 표준화하면 정보접근이 다른 저작도구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hwp가 만들어놓은 가장 효율적인 표만들기에 사람들이 집중하고 그 경로를 벗어나는 것을 상상하지 않으며 더 단단하게 장벽을 쌓아 올렸다는 점이 아닐까. 이 기사를 보고 깔깔대며 웃었다. 역시 IT 전문매체 답게 썼더라.
“공공 문서를 열어보면 문서 전체 시각적 레이아웃을 잡기 위한 투명한 선으로 그려진 표가 남발된다. 심지어 표 안에 또 다른 표를 밀어 넣는 이중·삼중의 표가 존재한다. 이는 사람 눈에는 정갈한 보고서로 보이지만 AI가 텍스트를 추출하는 순간 재앙이 시작된다. 왼쪽 단의 항목과 오른쪽 단의 수치가 엉뚱하게 결합하거나 문장이 토막 나면서, 데이터 간의 핵심적인 상관관계가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후에는 윗선의 '보여주기식 보고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내용의 논리적 구조보다는 ▲무조건 한 장에 모든 내용을 구겨 넣어야 하고 ▲자간과 장평을 억지로 조절해 끝 줄을 맞춰야 하며 ▲화려한 도표로 치장된 문서를 선호하는 '의전용 편집'이 공공 데이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https://zdnet.co.kr/view/?no=20260129164615
국제표준 그런거 모르겠다고 치고 일단 넘어간다고 해도 저작도구의 통일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매우 해롭다. HWP가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면이 왜 없겠나. 표 만들기가 쉽고 편리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표 안으로 가두고 싶어하는 것일까? 틀안에서만 존재해야 안심이 되는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곤한다.
분명히 다른 경로가 눈에 들어온다면, 더 효율적이 아니더라도 선택지만 열어둔다면 조금 다른 경로를 상상할 수 있지 않겠는가.